
"임용고시 합격률이 올해 4%밖에 되질 않아요. 사법고시보다 더합니다. 8년 간 공부해왔지만 나이 30이 넘은 지금 제게 남은 건 3번의'보따리 교사' 경력과 5번의 임용고시 낙방뿐이네요."
2011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임용고시 5수생' A(여·30)씨는 비장하다 못해 암담한 표정으로 사립학교 정교사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지난 2006년부터 매해 치른 임용고사에서 계속 낙방했다는 A씨는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라며 사범대 열풍이 불던 지난 2003년 사범대에 진학했지만 이후 상황은 급속도로 변해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서울의 유명 사립고 3곳에서 국어교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보따리 교사'나 다름없는 기간제 교사였을 뿐 계약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고시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11학년도 중등 임용고사 기준으로 현재 A씨와 같은 임용고시생은 전국적으로 5만여명. 하지만 이들 중 교단에 설 수 있는 사람은 5%도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임용대란'이다. 올해의 경우 전국 2402명 모집에 5만1429명이 몰려 경쟁률은 21.4대1, 합격률은 약 4.6%에 불과했다. 합격률 5%대인 사법시험을 뺨치는 '고시(考試) 아닌 고시(苦試)'인 셈이다. 지난 2006년 임용고사 경쟁률인 12대1과 비교해보면 5년 사이 2배 가까이로 뛰었다.
갈수록 좁아지는 임용고시 문턱에 주저앉는 장수생은 늘어가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해 11월19일에는 임용고시 4수생이던 한 수험생이 중등 임용고사 1차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낙방에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노량진동 학원가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부터 '임용시험 사전예고제'를 이끌어내 화제가 됐던 차영란(여·29)씨는 "준비중이던 공통사회 교사 모집인원이 지난해 0명이어서 충격이었다"며 "사실 임용고시에서 3수는 기본, 8수, 9수까지 할 정도로 임용대란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집인원을 사전에 공개하는 사전예고제도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암담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양민정 (한국어교육) 한국외대 교수는 "현재 임용고사 준비생 중 10%만이 사립 혹은 공립학교 교단에 설 수 있을 만큼 임용대란이 심각하다"며 "학생수가 계속 줄면서 이에 맞춰 교사의 총정원을 정하다보니 2015년이 되면 신규 채용 교사가 필요없게 된다는 말이 돌 만큼 앞으로가 더 암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