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정부가 출범할 때 교육정책 기조로 내걸었던 경쟁과 효율이 지금은 싹 들어가버렸다."
이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고려대 총장)이 현 정부의 대학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20일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대교협 정기총회가 열린 부산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면 더 이상 대학 자율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대학 자율화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며 "요즘은 정부가 교육 분야에서 대학 자율화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는 대학 자율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 폐지 여부를 2012년 이후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가장 이상적인 입시제도는 대학에 맡기는 것"이라며 입시 자율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으면 고교등급제·본고사 금지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며 "남은 논란은 기여입학제인데,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대학과 전혀 인연이 없는데도 기부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들의 자녀가 수학 능력을 갖췄다면 정원 외로 입학할 길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분과별 세미나에서도 대학 자율 요구가 쏟아졌다. 대학자율화분과 회의에서 발제에 나선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는 "정부가 사교육 문제의 해법을 대입 논술 축소에서 찾는 것은 접근 방법부터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입 정책과 방법을 미리 정해놓고 이에 따르는 대학들에만 재정 지원의 우선적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 발상은 또 다른 교육 관치의 부활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또 "등록금 상한제는 대학 시설투자를 위축시키고 교수 충원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7일 총장 20여 명과의 간담회에서 등록금 인상 자제와 입시에서 논술 비중 축소를 요청했었다.
대교협 대학자율화추진위원장인 이성우 국민대 총장은 "총장들이 등록금 문제가 자율화에 역행한다는 데에 공감했다"며 "대교협 차원에서 교과부에 건의문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사립대 총장은 "정권 초기엔 대학 자율화를 얘기했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영길 신임 회장 선출 =총회에서는 김영길 한동대 총장이 17대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3월 1일부터 2012년 4월 7일까지다. 김 총장은 " 대학의 95%가 학부 중심 인데 그간 연구 부분만 강조돼왔다"며 "제대로 된 학부 교육이 실시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대학 지원도 연구와 교육이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