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침체되어 있는 자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새로운 “성장 포고령”을 발표했다. 185페이지에 이르는 이 포고령에 포함된 이니셔티브 가운데에는 기업 R&D를 위한 할인 대출, 대학원 졸업 학력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사업체에 대한 세제혜택, 그리고 일부 정부 부처 감원 등이 있다.
이 중에 이탈리아 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레이크 코모의 물을 국자와 빨대로 없앨 수 있다는 이론적 마인드에서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왜 이탈리아 경제가 이렇게 부진을 겪고 있는지 한번 분석해보자.
당신이 새로 사업을 벌이는 야심찬 이탈리아 기업가라 치자. 직원들의 사회보장서비스 비용의 최소 3분의 2는 고용주인 당신이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16번째 직원을 고용하는 순간 문제에 부딪힐 거라는 것도 안다. 그때부터는 직원을 해고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법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다. 11번째 직원을 고용하게 되면 정부 당국에 직원들의 건강이나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정리한 연례 자가평가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나 나이, 성별, 인종적 차이에 의한 스트레스도 포함된다. 또한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모든 예방적∙개인적 조치와 그 조치를 실행에 옮기는 절차, 안전 문제를 담당한 직원들 명단, 평가를 위해 참석이 의무시되는 의사의 이름까지 적어야 한다.
사업을 확장한다고 치자. 또 조심해야 한다. 16번째 직원을 고용하면 전국 노조가 작업을 개시할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근로자 대표 수도 늘어난다. 이들 대표 한사람 한사람은 노조나 노사협의회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달에 8시간 유급휴가를 쓸 권리가 있다. 경영진은 성 평등에서 신기술 도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이들과 상의해야만 한다.
또한 16번째 직원을 고용한다는 것은 그 다음 직원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51번째 직원을 고용할 때쯤이면 급여의 7%는 어떤 식으로든 장애인 직원들에게 나가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는 이런 장애인 의무고용에서 예외 적용을 받기 위해 신청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것이 그렇듯, 필요한 서류작업을 다 마친 마당에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지 여부는 동전던지기로나 가려야 할 것이다.
101번째 직원을 고용하면 2년마다 회사 내 남녀 고용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각 생산부서에 고용되어 있는 남녀직원 목록, 그들이 하는 업무와 직책, 연봉과 직원 혜택, 고용이나 승진 혹은 인사 이동된 날짜와 사유, 뿐만 아니라 추산되는 매출 효과까지 써야 한다.
고용 시스템이 예외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회사 규모를 작게 유지하거나, 남녀 비율을 맞추거나 특정 분야에 고용하면 된다. 산업 및 보안업체들은 직원수가 15명 이하일 경우 국가실업기금에 기부하는 데서 제외될 수 있다. 소매업체와 여행사들은 51번째, 무역업체들은 201번째직원을 고용하기 전까지는 내지 않아도 된다.
다음은 당신이 뛰어넘으려 할 지 모를 또다른 허점이다. 현재 한 명의 정규직원을 새로 고용할 때마다 사업체는 연 15,200유로의 세제혜택을 받는다. 여기서 새 직원은 여성이거나 35세 미만에, 아브루조, 몰리세, 깜파니아, 바실리까따, 뿔리아, 깔라브리아, 사르디니아, 시실리 등의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다.
직원수가 250명이 넘지 않는 사업체 역시 여전히 3년간의 수익세감면기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수익을 근처의 다른 소규모 기업체와 “혁신”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재투자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조건에만 부합하면 말이다.
OECD에 따르면, 이 모든 보호, 확인 기관들 그리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정부 관료체계가 이탈리아인의 평균 임금에서 47.6%를 가져간다. 이 47.6%의 3분의 2는 급여를 받기 전에 제해지기 때문에 다수의 이탈리아 근로자들은 고용주가 지출하는 총비용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고용주인 당신은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업체를 작게 유지하고 가능한 한 장부 외 거래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회색 및 암시장은 이탈리아 경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실업률을 12년만의 최고치인 10%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올해 GDP 성장전망치를 1.3% 하향조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운이 따른다면 몬티의 새로운 성장 포고령에서도 큰 비용을 유발하지 않고도 직원을 몇 명 더 고용할 수 있는 허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만약 새 직원들이 모두 장애인에, 푸른눈을 가진 35세 미만 사르디니아인이라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다.